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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기피증/결혼 중독증

제 아무리 성격이 괴팍하여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사람이라도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처음부터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애는 하되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있다. 모순 투성이인 현재의 결혼제도에 대한 염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와 매일 부딪쳐가며 정서적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특히 개인적인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일단 결혼을 회피하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한 채 자녀들 앞에서 심하게 싸우는 일이 많았던 사람들은 부모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친밀한 관계를 일부러 피하기도 한다. 또 결혼하면 담당해야 할 책임과 가족에 대한 의무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만의 사적 영역이 침범될까봐 두려워서, 누군가 가까이 오면 움츠려 들거나 도망가는 자기 방어적 인물들이다.

세번째로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한 과제를 지나치게 무겁게 여기면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영원한 '피터팬'들이 있다. 부모에 대한 에디푸스 콤플렉스, 일렉트라 콤플렉스 때문에 독립을 거부하고 사랑스런 자녀 노릇만 일생 고집하는 사람들도 물론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또 성관계에 대한 종교적인 결벽증을 갖고 있거나, 성폭력 등으로 상처를 받아 얻은 공포감에 결혼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결혼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우선 일종의 애정 중독증처럼 누군가에게 사랑받음으로써 그 관계를 통해 나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의 정체성을 배우자에게서 찾으려 하는 여성에게서 많이 본다. 또 결혼함으로써 여러가지 경제적인 편안함을 누리려는 나름대로의 계산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온달 콤플렉스로 열쇠 세개를 요구하는 밸 없는 남자들, 부자 남자를 만나 편안한 생활에 편승해 보겠다는 약삭빠른 여자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자신의 부모를 미워하거나 현재의 처지가 괴로워 우선 도망치고 보자는 의도로 아무하고나 결혼해 버리는 이들도 본다. 또 사회적 대우와 일반인들의 시각이 기혼자에 대해서는 조금 나아지기 때문에 일종의 자격증 따는 기분으로 결혼을 서두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결혼은 이런 기대와는 동떨어진 결과를 불러오지만. 결혼이란 '종족 번식을 위한 성욕을 만족시키며 상호간 경제적 이익을 보게 하는 동거생활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대부분 결혼의 솔직한 내적 동기를 그렇게 표현한다 해도 틀린 말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때 우리가 감내해야 할 고통들-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는 욕망이 낳는 갈증, 소유욕이 낳는 배신감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용감하게 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세속적인 이익 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냐에 대한 대답은 물론 우리가 일생 각자 풀어야 할 숙제일 터이다.

이나미/신경정신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