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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에 『침묵은 禁』

결혼생활 7년째인 회사원 김모씨(38)는 언제부터인가 퇴근후 가능하면 귀가시간을 늦추는 버릇이 생겼다. 집에 들어서기만 하면 지치지도 않고 되풀이되는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고 두렵기조차 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늦었느냐, 또 그놈의 술이냐,… 끝없는 아내의 잔소리에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내가 그의 머리속에 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며 울고불고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도 침묵이 나쁜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제는 침묵이 습관이 돼버려 깨뜨리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졌다.

남들은 김씨를 아내의 바가지에 큰소리 한번 내지않는 「좋은 남편」으로 여기지만 남편의 침묵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아내에게는 「좋은 남편」이 될 수 없었다. 이것은 나쁜 결혼생활의 전형적인 예다.

김씨는 어떻게든 감정을 억제하는 것으로 부부 사이의 충돌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 분노와 갈등이 쌓이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결혼생활에 파탄이 올 가능성이 크다.

부부란 완전한 타인끼리 만나서 한 팀을 이루는 것이다. 서로 의견이 맞지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단지 의견의 불일치를 피하기 위해서 거짓된 침묵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비겁한 행위다. 김씨의 아내가 견디지 못하고 잔소리를 되풀이하는 원인도 대화의 길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그대가 결혼이란 잔에 사랑을 가득 채우고 싶다면 그대가 잘못했을때 시인하고 옳았을때 입을 다물라」.

바람직한 부부싸움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처방으로 자주 인용되는 오그던 내시의 이 시구가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 입을 다물어야 할 때도 있지만 일관된 침묵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양 창 순 <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