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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정력낭비"는 낭설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는 말이 있다.구름과 비가 만난다는 뜻으로 구름은 지상을, 비는 천상을 의미하며 이는 넓게는 음과 양을,좁게는 남녀사이의 성적 결합을 의미한다. 도교철학에서 비롯된 단어로 남녀관계를 우주의 이치와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유교가 성행하기 이전의 중국에서는 이와같이 도교가 일상속에 널리 퍼져 있어 섹스에 대해 무척 관대하고 적극적이었다.이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성적 극치감은 수양을 통해서 얻는 무아의 경지와 같은 등급이었다. 따라서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여겼고 반대로 보다 완벽한 성적 극치감을 얻기위해 수많은 방법을 개발하고 사용했다.

이때의 방중술이나 섹스에 관련된 지식들중 많은 부분이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는데 이중에는 현대과학에 의해 그 오류가 밝혀진 것들도 적지않다. 특히 사정에 관해서는 무척이나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이당시 사람들은 정액을 남성이 간직하고 있는 가장 귀중한 것,생명의 샘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정액을 몸밖으로 내보는 행위는 자신의 생명수를 낭비하는 일이며 기가 꺾이고 조로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자위행위는 정기를 내버리는 어리석은 행위로 비난받았고 수면중에 무의식적으로 사정이 일어나는 몽정은 남성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음몽마녀(淫夢魔女)의 짓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 음몽마녀는 백년 묵은 여우나 흡혈귀가 사람의 탈을 쓰고 나타난 것이므로 만일 생시에 꿈에서 본 이 여자를 보면 끔찍한 저주가 내리는 것이므로 몽정을 하고 난 후에는 가급적 낯선 여자의 얼굴을 보지않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방중술의 기본이라 할 규방비법에는 20대에는 하루 1번,30대에는 이틀에 1번,40대부터 60대까지는 3일내지 20일에 1번씩 사정할 것을 권유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관념에 따라 성교시 사정을 억제하기 위해 취해야 할 남자의 행동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천년이 지난 후 서양의 성의학자들이 조루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과 유사한 방법을 이미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억제의 최종목적은 이렇게 저축된 정액이 척추를 타고 두뇌와 모든 신경계통에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물론 허황된 것이다. 정액내에는 소량의 당류와 미네랄 등이 들어있으나 우리 신체가 사용할 에너지를 공급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양이고 사정후에는 바로 새로운 정액들이 생성되므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정액의 대부분은 전립선과 정낭에서 생성되는데 장기간 사정을 안할 경우 오히려 전립선염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가 있다. 사정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으로 생각한 이유중에는 섹스 후의 피로함을 사정과 연관지어 짐작한 탓도 있을텐데 사실 한번의 섹스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은 두 층의 계단을 올라가는 정도에 불과하며 우리들이 느끼는 피로감의 대부분은 흥분과 긴장,불안 등 자율신경계의 자극에 의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한 세기를 맞이하는 목전에서도 아직까지 과학보다 옛도사들의 가르침을 신봉하여 사정을 억제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다 아예 사정의 기쁨을 잃어버리고 병원을 찾아오는 지루병 환자들이 가끔 있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하태준/비뇨기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