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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당했어요

Q. 생각만해도 치욕스럽고 가슴이 떨려서 이런 상담을 하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젠 제가 어떻게 버텨나갈 수가 없어서 상담을 드립니다. 전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구요.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어요...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이런지는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엄마가 집을 나가시고 나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가출을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것도 되지 않더라구요. 남자들이 다 혐오스럽게 보여요. 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한편으로는 그냥 당하기만 한 제가 너무 바보스럽구요. 선생님,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죽을 용기도 없구요. 저 좀 살려주세요!!

co) 님의 편지를 읽는 제가슴도 떨립니다. 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엄마가 가출하셨다는 것만으로도 그 충격이 컸을 텐데 그 이후로 정말 살고 싶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군요.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해왔다니 님이 혼자 견뎌내기에는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아직 힘이 남아있어서 저에게 편지를 주셨다는 겁니다. 쉽게 삶을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살고자 편지를 주신 점을 정말 칭찬드리고 싶습니다.


님,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절대로 이 문제의 책임을 님 자신에게 돌리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때 거부만 했어도..'라든가 '내가 그때 이렇게만 했어도..'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님은 온전히 피해자일 뿐입니다. '님이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따지면 아버지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님이 남자에 대한 혐오감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장 친밀감을 가져야 할 남자인 아버지로부터 그런 큰 상처를 받게 되었으니 다른 남자들도 이상하게 보이겠지요. 하지만 이세상 남자들이 모두 아버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지신 것처럼 이세상에는 정말 착하고 따뜻한 남자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님, 우선 님은 아버지로부터 격리되어 보호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개하기에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주변 어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움을 받을 가까운 어른이 없다면 상담기관의 선생님들을 통해서라도 경찰서에 신고를 하셔서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가정폭력이 있을 경우 그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법률이 있습니다. 그 법에 의해 보호받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지속적인 상담을 받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일은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강해 두고두고 님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고 그때 일어났던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 분노 등을 마음껏 표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상담을 통해서 남자에 대한 혐오감을 줄여나갈 수도 있습니다.

님, 혼자 너무 어려운 상황에 있군요.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주셨듯이 조금만 더 용기를 내셔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님은 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희가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