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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표현에 인색하지 말자

이혼한 뒤 독신을 고집해온 여자가 재혼 문제로 상담을 청해왔다. 새로 만난 남자는 외국인. 그는 여자가 놀라움을 느낄 만큼 애정표현에 적극적이었다. 진짜 사랑받는 느낌이 이런 거로구나, 감동스런 순간도 적지 않았다.

“전남편은 매사에 무관심하고 무감동한 표정이었어요. 여러가지 이유로 헤어졌지만 절 가장 괴롭힌 건 바로 그 점이었죠. 마누라를 집안의 붙박이 가구 정도로 아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하루에 열두번쯤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으니 황홀하긴 한데 과연 그게 다 진심일까 의심스럽다는 것. 어쩌면 문화적 관습적 차이일 뿐인데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고.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착잡했다. 너무 오랫동안 무관심한 남편에게 익숙해졌던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며 느끼는 혼란과 당혹스러움도 백번 이해가 되었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 그런데도 그런 사랑에 혼란을 느낀다면 분명 슬픈 일이다.

우리는 이심전심의 문화에 익숙해서 그런지 애정표현에 몹시 인색하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는 ‘내가 말 안해도 마음을 헤아려 알고 있겠지’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살아주는 것 자체가 사랑인데 거기에 더 이상 뭐가 필요하냐’고 주장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사랑하는 마음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사랑의 표현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간은 정신적 존재라고 하지만 육체를 가진 이상 적절한 터치와 표현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 부부 사이에 굳이 그런 표현에 인색할 필요가 있을지 부부가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