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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그 알다가도 모를 변덕

한창 열애를 나누던 남녀가 어느날 갑자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애정이 식어버린다. 아내에 대한 성적 매력을 잃어버리는 것 역시 어느날 느닷없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상대를 향한 원망도 품게 된다.

이같은 경우는 한쪽에서 성적 욕망의 '스위치'를 급작스레 꺼버렸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성적 욕망이 사라지면 우선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안난다.

관심이 없어진 상태에서 상대가 가까이 다가오면 오히려 혐오감이나 적대감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상대하기조차 싫어질 수도 있다.

욕망의 불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은 개인의 사정에 따라 그 이유가 참으로 다양하다. 어떤 남자는 상대의 아랫배가 올챙이마냥 툭 불거져 나온 모양을 보고 그만 성적 매력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키스할 때 입안의 향기롭지 못한 냄새나 성기의 깨끗치 못한 냄새, 굵고 너무 넓적한 하체, 또는 가까이서 자주 대하다 보니 상대 얼굴의 코·눈매 등 특정 부위가 자꾸 마음에 걸리더니 이젠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에 대한 성적 매력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결혼한 부부라도 이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내가 사치성 낭비벽이 심한 경우나 살림에 소홀했을 때, 또는 사소한 일로 바가지를 자주 긁는 등 신경에 거슬리는 행동 때문에 남편은 아내에 대해 성적 흥미를 점차 잃어갈 수가 있다. 아내를 향한 분노의 감정이 쌓이다보니 긍정적인 성적 감정의 싹이 말라버린 셈이다.

육감적인 성적 느낌을 아예 스스로 차단시켜 욕망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사람도 있다. '나는 너무 뚱뚱하니 분명 매력이 없을거야' '내 가슴은 너무 작고 볼륨이 없지'라고 단정해 버리는 여자. '난 너무 빨리 사정해버리니 여자가 만족하지 못할 거야' '발기가 잘 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걱정이다'라며 이미 자신감을 잃은 채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그렇다.

파트너가 바뀌어도 마음에 차지 않아 늘 이상형만을 좇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한동안 어느 여성과 즐겁게 지낸다. 그러나 그 여자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부정적인 면만을 자주 의식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처음엔 긍정적인 면만을 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정적 측면만을 애써 보니 그 관계가 제대로 지속될 리 없다.

결국 이런 식으로 파트너가 자주 바뀌다 보면 계속 이상형만을 좇는 현실비관형의 나르시스트가 되고 만다. 물론 이런 류의 사람은 욕망의 스위치를 자주 켰다가 자주 꺼버리는 '상황형의 성욕 저하증' 인간으로 볼 수 있다. 욕망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성격이나 연상하고 있으면 더 이상 성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상태에선 상대 배우자가 아무리 노력을 하고, 예쁘게 섹시하게 보이려 최선을 다해도 마음이 돌아서지 않는다. 이미 성적 욕망이 식어버린 상태에선 그 어떤 성적 행동도 효과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사실 또렷한 해결책이 없다. 개인마다 욕망에 대한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쪽에서 달라진 기분을 먼저 수용하려는 자세, 그리고 스스로 상대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도록 노력하고 욕망의 스위치가 자연스럽게 켜지는 계기나 시기가 오면 다시 상대와 사랑을 나눌 수 있을리란 생각이다.

신승철/광혜병원 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