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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적이지 못하면 결혼생활『흔들』

“신혼부부가 방에 들었다. 이 방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몇 명인가?” 이런 퀴즈를 낸다면 ‘웬 황당한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더우기 정답은 8명이라니! 여기에서 8명이란 부부 두 사람과 그들 속에 각기 들어있는 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부모들을 말한다. 결혼이 단순히 남녀 두 사람만의 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퀴즈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우리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사고와 행동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한 남자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여성성에 따라 그는 일정한 타입의 여자에게 반할 수 있다. 여자도 마찬가지. 그렇게 해서 결혼에 이른 두 사람에게 서로의 남성성과 여성성이 투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무의식은 대부분 부모의 생각과 행동, 가치관에 따라 영향을 받고 형성된다.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분리 독립하지 못한 경우 생겨난다. 결혼한 후에도 부모의 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좌충우돌, 갈팡지팡하면서 매사에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

이제 막 결혼하려는 혹은 갓 결혼한 부부들은 결혼을 두 사람만의 독립된 세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투영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물론 이것 역시 서로 노력하면 오히려 멋진 하모니가 연출될 수 있다) 부모에게서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 아마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결혼한 지 십수년이 지나도록 그 문제에 실패해 쓰디쓴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지.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