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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과 호르몬

갱년기 부인이 아이를 낳는 것을 처음 경험한 것은 미국의 한 병원에서 일할 때였다. 하루는 병원 수위로 있는 60대에 접어든 `스미스'라는 직원이 나를 찾아왔다. 46살인 자기 아내에게 매달 있어야 할 것이 없어 폐경기에 접어든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임신 4개월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몹시 수줍어했다. 장성한 아들과 딸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실은 그들 부부를 매우 당황스럽게 했다. 더구나 부인은 자기 몸안에 새로운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몹시 착잡해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직도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부인에게 다시 한번 젊음을 느끼게 하는 듯했다.

다행히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약 8개월 동안 이 부부는 자기들의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결국 그 부인은 정상분만을 하였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나, 나이가 들었어도 `항상 너무 늦지 않았다'는 말이 잘 적용될 수 있는 경우라 할 것이다.

40살이 넘은 여성들이 찾아와서 임신했는지를 걱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환자들을 진찰한 뒤 임신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진찰결과를 지나치게 강조하진 않는다. 인류학자인 마가렛 미드 여사가 `아이가 없는 여자들에게 폐경은 인생에서 마지막 희망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과 같다'고 간파한 것처럼 그들에게서 젊다고 느낄 수 있는 희망을 빼앗고 싶지 않아서다.

사실 폐경뒤 임신과 출산은 비교적 드물다. 여러 학자들간에 이견은 있지만 결론은 신체적 생리적 이유로 50살 이후에 임신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할 정도이다. 따라서 40대 여성에게서 월경이 없어진다면 이는 대부분 임신보다는 폐경일 가능성이 높다.

폐경기에 접어들면 난소에서는 변화가 일어난다. 난소 기능이 점점 쇠퇴해가면서 반응이 적어진 난소를 더욱 자극하기 위해 뇌하수체의 난소자극호르몬의 양이 현저하게 증가한다. 이 호르몬은 오줌에서 발견되는데 제약사에서는 이 호르몬을 추출해 인공배란을 시킬 수 있는 새로운 수태약으로 제조한다. 그리고 이 약은 젊은 불임증 환자의 난소를 자극시켜 배란을 유도하여 수태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약제로 사용된다.

이와같이 폐경기 여성들이 임신을 할 수는 없지만 이들 여성들에게서 얻어진 호르몬은 젊은 불임증 여성들에게 귀중한 선물이 된다. 곧 자연은 폐경기 여성의 난소를 생물학적으로 자극해 호르몬을 배출시키고, 인간은 이를 이용해 불임으로 고통받는 다른 여성이 어린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인생의 한바퀴를 돌아 다시 수태문제에 돌아온 것이다. 역설적으로 더 이상 아기를 낳을 수 없음은 다시 아기를 낳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역시 이것은 젊음을 회생시켜주는 인생의 쳇바퀴라고 생각한다.

정순오/안세병원 산부인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