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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길에 만난 옛 애인

-세방여행사 직원-

<상황> 기나긴 청춘의 방황을 끝내고 마침내 결혼식. 예식을 무사히 마치고 피로연까지 성료. 둘만의 시간인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해 허니문을 시작하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함께 4박5일 여행을 떠나는 다른 신혼부부 가운데 옛 애인이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신혼여행을 취소할 수도 없고. 이럴 때 세방여행사 직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최은아(23. 구미영업부)=절대 아는 체하지 않는다. 옛 애인에게는 그가 없어도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게 우리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 협조 않으면 닭살이 돋을 정도의 온갖 애교와 웃음으로 내 신랑이 행복으로 충만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만든다. 서로 인사를 나눌 시간이 되면 옛날 애인 커플을 포함한 여러 사람 앞에서 당당히 말한다. "우리 신랑이 제 첫사랑이에요. 호호호"

오미경(24. 일본영업부)=당황스럽지만, 일단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정을 되찾은 후 남편에게 한때 가볍게 만나던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서로 정식으로 인사까지 시킨다. 그리고 나의 인간됨됨이와 상냥함을 무기로 최대한 상대편 부인과 친해진다. 어느 정도 이상의 친밀감이 형성되면 우회적인 방법으로 옛 애인을 실컷 흉보면서 반면에 내 남편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은연중에 자랑한다.

안정미(25. 카운터)=서로를 알아보자마자 기회를 보아 남편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눈짓 발짓으로 따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런 다음 아찔할 정도로 예쁘게 꾸미고 나가서 옛날 애인에게 서로 지난 일이니 서먹서먹하게 지내지 말고 여행기간동안 서로 어울려 즐겁게 지내자고 제안한다. 대신 양쪽 파트너에게는 대학 동창쯤으로 입을 맞춰 "과거"를 절대 알리지 않는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에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면 어쩐다.

정용묵(28. 해외영업부)=상대도 나도 선뜻 아는 체하기는 힘들거란 생각이 든다. 내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눈인사를 나눈 후 여행을 하면서 적당한 기회를 봐서 얘기를 하겠다. 그녀에게 "많이 예뻐졌다. 신랑도 멋지다"는 등등의 말로 행복을 축원해줘야지. 우리 부부는 한번뿐인 신혼여행을 희생하더라도 다소 냉랭하게 보낸다. 왜냐고? 그럴 리야 없겠지만 옛 애인이 자폭하는 심정으로 양심선언을 해 너죽고 나죽자로 나오면 내 인생은 땡! 죄짓고 살지 맙시다.

서용은(27. 해외영업부)=알아본 동시에 신부를 데리고 가서 씩씩하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상대편 칭찬을 많이 해주면서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약간은 뾰루퉁해 있을 신부에게 "사실은 그녀가 날 죽도록 쫓아다녔지만 내가 그녀를 좋아한 적은 없었다. 그건 아마도 널 만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최고의 봉사로 내 신부를 즐겁게 해준다.

한수경(25. 수배부)=공식석상에선 외면하다가 적당한 시기를 봐서 남편 몰래 아는 척한다. 그 자리서 미리 말을 맞춘 뒤 적당한 시간에 남편에게 "저 사람 내가 아는 사람 같아. 누구더라?"로 말문을 열어 이미 정한대로 대학선배나 친구 오빠임을 기억해내고는 서로 인사시킨다. 여행기간에도 인사를 나누며 지내기는 하겠지만 그이상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피한다. 과거는 흘러간 것 아니겠어.

서상현(28. 해외영업부)=그녀를 알아본 순간 아마 이상한 감정에 사로 잡히겠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겠지만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인데... 내가 있던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서도 그녀가 여전히 행복한 모습이라면... 하지만 조금은 우울한 기분을 억누르고, 나의 신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짬을 내서 자연스럽게 한마디는 하고 싶다. "변치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그리곤 여행을 즐겨야지. 옆에 있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임아현(22. 일본영업부)=이런, 이런 데서 만나다니, 경악. 하지만 난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 "사랑 한번 못해봤다면 그게 바보지"라고 나 스스로를 안심시킨 다음 남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실토. 물론 알맹이는 다 빼고. 여행도중 옛 애인이 자기 아내에게 이렇게 저렇게 잘한다는 둥의 얘기들을 꺼내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시켜 나한테 예전보다 더 잘하도록 유도한다. 나 역시 예전보다 남편에게 훨씬 잘하도록 노력한다. 위기를 기회로.